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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나쁜 건 아니니까

2011. 5. 7. 19:34 | Posted by liberto

내가 비록 군대에 있지만, 여기도 그렇게까지 모든 것이 나쁘진 않아.

여기의 안 좋은 점을 열거해 볼까.
자고 싶을 때 잘 수 없고, 졸리지 않아도 자야 하고, 일어나기 싫어도 아침 6시엔 일어나야 해.
라면이 먹고 싶은 날도 밥을 먹어야 하고, 밥이 먹고 싶은 날 점심으론 짜장면이 나와.
배고파도 식사 시간까지 기다려야 하고, 배불러도 밥 먹으러 가야 돼.
만나기 싫은 사람과도 만나야 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은 만나지 못해.
읽고 싶은 책은 다른 사람이 보고 있거나 여기엔 없어.
듣고 싶은 음악도 마음대로 들을 수 없어.

이외에도 많이 있겠지만 생략할래.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드는 점을 열거하다간 이 글이 끝나지 않을지도 몰라.
결정적으로, 난 마음에 안 드는 점을 생각하느라 골머리를 썩이고 싶지 않아.

어떤 환경에 처해있을지라도, 환경은 내 행동을 제약할 수는 있어도 내 생각을 제약하진 못해.
난 항상 무언가를 상상하고 있어.
시를 쓸 때도 있고(입대 이후 벌써 6편인가 7편 정도 쓴 것 같아. 대학교에서 보냈던 몇 년간 쓴 것보다 많아) 소설을 구상할 때도 있어. 직접 소설을 쓸 때도 있고.
지금 쓰고 있는 소설은 아직 시작단계지만 끝내고 나면 꽤 보람있을 것 같아.
내용은 미리 말하지 않을래. 나중에 올려야지.

여기 있으면 가지지 못하는 것보다 가진 것에 집중하게 돼.

난 별다른 일 없으면 하루에 30분 이상은 사랑하는 사람과 통화할 수 있고
항상 수첩을 들고다니면서 생각하는 것들을 기록할 수 있고
틈나는대로 책을 읽을 수 있어.
비록 내가 읽고 싶던 책들은 여기 없는 게 많지만 별로 마음에 안 들던 책이라도 읽고 나면 생각보다 좋은 게 많아.
월급은 적지만 전화하고 px 가기에 부족하진 않아. px엔 맛있는 것도 많이 있고.

굳이 할 수 없는 것에 집착할 필요는 없잖아.
할 수 있는 걸 하다 보면 제대도 하게 되겠지.
지금은 이걸로 충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