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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음반을 살 때의 느낌이 아직도 기억난다.
어? 바이올린이네? 바흐네? 솔로네? 그럼 딱 내 취향이잖아. 이러면서 별 생각 없이 구입했는데...
지금은 갖고 있는 음반들 중 가장 아끼는 음반이 되었다.

처음 들어봤을 때는 엄청 좋다는 느낌을 받진 않았던 것 같다.
지금은 수십 번을 들어 봐서 처음의 느낌은 희석되고 증발되어 별로 남아있진 않지만
그렇게 느꼈던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들을 때마다 점점 이것에 매료되어갔다.
들으면 들을수록 계속 더 듣고 싶은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하나.
처음부터 끝까지 약 2시간 동안 바이올린 한 대의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데 단조롭지 않고 지겹지 않다.

내가 들어봤던 연주는 쉐링, 쿠이켄, Martzy(뭐라고 읽어야 하나...? 마르찌???)의 연주와
Galbraith(갤브레이스? 갈브레이스?)의 8현 기타 편곡 연주 정도였다.

Martzy의 연주는 별로 내 취향이 아니었고
쉐링, 쿠이켄, Galbraith의 연주는 악기가 달라서 그런지 각각의 맛이 있었다.
(아시다시피 쿠이켄은 원전 연주의 대가로, 그의 악기는 현대의 악기와 약간 차이가 있다.)

쿠이켄의 연주는 보통 연주보다 울림이 깊고 풍부하였고
Galbraith는 기타 특유의 감성을 자극하는 소리가 듣기 좋다.

하지만 역시 최고는 쉐링의 연주라고 생각한다.
뭐랄까, 쉐링은 어려운 것을 어렵지 않게 연주한다고 해야 하나,
쉐링의 연주를 듣고 있으면 편안해진다.
다른 사람들은 힘들게 연주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주는 데서
쉐링은 부드럽게, 유연하게, 편하게 넘어간다.

아름다운 밤을 보내고 싶을 때, 쉐링의 무반주 소나타&파르티타(개인적으로는 파르티타 쪽을
조금 더 좋아한다.)와 함께하는 것은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