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아무것도 아니기에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곳
liberto

태그목록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글 보관함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나는 '자율학습'에 반대한다.

2010. 4. 17. 09:33 | Posted by liberto
현재 대한민국 고등학생 중 대다수는 방과 후에 의무적으로 자율학습에 참여해야 된다.

위 문장이 굉장히 이상해 보이는 건 나뿐인가...?
자율학습이 뭔데. 더 공부하고 싶은 사람은 자유스럽게 남아서 공부하라는 거 아닌가.
혹시 다른 뜻이 있나?
무조건 참여하되, 공부할 내용을 자율적으로 정하라는 건가...?
그럼 좀 자율학습이란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의문점 한 가지.
우리는 자율적으로 공부하는 방법에 대해 배운 적이 있던가?
초등학교 때부터, 심하게는 유치원 때부터 선생님이 하라는 것만 주구줄창 따라해 왔잖아.
국어책을 읽어도 그 안의 글들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진 적이 없었는데,
그냥 이육사의 '청포도'는 조국 광복에 대한 열망을 표현한 시이다.
(난 아직도 '청포도'와 조국 광복이 연관된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런 식으로 배우기만 했는데, 뭘 자율적으로 공부하라는 거지?

백 번 양보해서 우리 학생들이 자율적인 공부를 참 잘 한다고 치자.
그럼 왜 학교에 잡아놓는 건데? 집에 가서 공부하라고 보내 줘야지.
오래 앉혀놓는다고 능사는 아니다.
물론 징그럽게 문제 풀리고 또 풀리고 주입시키면 성적은 오른다.
각 학생들의 공부 습관을 파악해서 그에 맞춰 공부시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도 인정해.
그렇다고 잘못된 공부습관을 들입다 주입시키는 게 능사는 아니잖아.
평생 그렇게 지식을 주입시켜줄 것도 아니면서...

내가 자율학습에 반대하는 이유는 또 있다.
원래 공부 좋아하는 애들이야 어디다 던져 놔도 알아서 공부 열심히 할 테니 굳이 신경 안 써도 되고,
공부 싫어하는 애들은 그런 식으로 가둬두고 공부시키면 공부를 더 싫어하게 될 뿐이다.
그래도 가둬두면 반 평균은 오르기야 하겠지.
그런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 따위는 얼른 버려야 된다.
학생들을 위해서 교육을 시키는 거지, 교사들 편하라고 교육이 있는 건 아니잖아.

그날그날 몸 상태에 따라 운동 좀 하고 공부할 수도 있고, 잠이 부족하면 일찍 잘 수도 있는데...
그런 사정은 자율학습을 할 때 고려되지 않는다.

자율학습에 참여하는 데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날이 올 때까지,
나는 자율학습에 반대한다.

------------------------------------------------------------------------------------

항상 느끼는 건데, 글을 쓰고 난 뒤에 다시 읽어보면 참 두서없다.
초,중,고,대학교를 막론하고 글쓰기에 관한 수업을 들을 때마다 피해야 된다고 배운 딱 그 글쓰기...

알면서도 이렇게 글을 올리는 이유는 한 번 쓴 글을 고치는 게 새로 쓰는 것보다 힘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글을 쓰고 쓰고 쓰다 보면 점점 나아질 거란 희망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이렇게라도 목소리를 내야 무언가 달라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내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든,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