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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작별

2008. 8. 1. 20:49 | Posted by liberto

Prologue
그녀가 떠난 지 5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난 여전히 그녀를 잊지 못하고, 그녀를 생
각하며 그녀를 만났던 장소로 향한다...

1.
"할머니, 여기 콩나물국밥 하나 말아주세요."

회사에 출근하기 전에 허기를 달래려 단골 국밥집에 들어갔다. 언제나처럼
푸근한 미소를 짓고 있는 아주머니가 나를 반겼다.

"콩나물국밥? 알았어. 그보다 총각, 오늘은 평소보다 조금 늦었네."

아주머니의 말에 무심코 시계를 보았다. 7시 40분. 평소 7시 반 이전에 식사를
마치는 나로서는 확실히 늦은 편이다. 아침에 악몽을 꿔서 그런가. 평소보다
몸이 찌뿌드하다. 꿈의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네, 오늘 아침은 좀 피곤해서요."
"그래. 총각, 우산은 안 챙겼어? 저녁 때쯤부터 비 온다던데."

비? 9시 뉴스는 스포츠뉴스 나올 무렵에 꺼버리니 그런 건 전혀 몰랐다.

"그래요? 감사합니다. 이따가 우산 챙겨가야겠네요."
"꼭 챙겨 가. 자, 식사 나왔어. 뜨거우니까 조심하고."

이 집 콩나물국밥은 맛있기도 하지만 빨리 나오는 게 최고 장점이다.

"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

국밥을 후후 불어가며 들이마셨다. 평소보다 식사가 늦어서 그런지 왠지 마음이
조금했다. 급하게 먹다가 입천장을 델 뻔할 정도로.

"잘 먹었습니다. 여기요."

국밥 그릇과 돈을 아주머니께 건네주고 돌아서다 보니 달력이 눈에 띄었다.

"어? 달력 바꾸셨네요. 무슨 일 있으셨나 봐요."
"무슨 일은... 그냥 누가 선물로 주길래 바꿔봤지."
"그랬군요. 그럼 전 가보겠습니다. 많이 파세요."

인사하고 나오면서 오늘 날짜를 확인했다. 6월 27일. 벌써 그 날인가...

2.
출근길은 평소보다 더 갑갑했다. 평소엔 사람들이 많아지기 전에 지하철을
타는데 오늘은 좀 늦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나도 자동차를 사든지
해야지, 하고 중얼거리며 지하철역을 나왔을 땐 이미 온 몸이 땀에 푹 절어 있
었다.

"어이, 김 대리. 오늘은 좀 늦었네."

회사에 들어서자마자 대한이녀석이 나를 반겨줬다. 저 녀석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다 같이 다니고 같은 직장에 입사했다는 말도 안 되는 인연
으로 엮여있는 녀석이다. 직급도 같다. 저 녀석은 강 대리, 나는 김 대리. 그러
면서도 어째선지 이름으로 부르지 않고 꼭 직급으로 사람을 불러대는 특이한 녀
석이다.

"말도 마라. 이리저리 밀리다 보니 온 몸이 땀에 절었다."
"벌써부터 이러면 여름에 어쩌려고."
"글쎄, 나도 자동차를 사든지 해야지. 애인도 없고, 기름값 정도는 댈 수 있겠지."
"애인? 그러고보니 오늘이 그 날이네. 오늘도 갈거냐?"

저 녀석, 역시 쓸데없는 데서 예리하다.

"오늘 저녁은 오랜만에 같이 술이나 마시러 갈래? 오늘은 회식 없지?"

일부러 말을 돌렸다. 이젠 나도 자유로워져야지.

"거긴 안 가게? 나야 좋지. 그럼 이따 업무 끝나고 보자고."

저 녀석은 이름만큼이나 덩치도 크고, 덩치만큼 술도 말술이다. 오랜만에 거하게
취해 볼까.

----

18시, 혹은 오후 6시. 업무가 끝나고 퇴근할 시간이다. 오늘의 업무 자료를 정리
하며 대한이를 찾았다.

"어이, 김 대리. 오늘 하루도 무사히 살아남았나?"
"보다시피. 언젠 죽냐 그럼."

실없는 농담을 안부삼아 건네며 자료 정리를 마쳤다.

"어디 갈까? 비도 오는데 명월이네 가서 파전에 동동주 어때?"

비? 아아, 아주머니가 저녁에 비 온다고 했지. 제법 거센 빗줄기가 창문을 때리
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이런, 아까 우산 챙기는 거 잊어버렸는데.

"파전에 동동주? 좋지. 오늘은 내가 살게. 죽기 직전까지 마셔보자."

회사 문앞에서 파는 삼천 원짜리 우산 하나를 사들고 명월이네로 향했다. 이렇게
비 오는 날이면 동료들과 자주 가는 곳이다. 싸고, 술맛도 좋고, 지하철 역에서
도 가깝고. 요새 사람들은 동동주보단 소주나 맥주를 더 좋아해서 그러는지 항상
자리가 많이 남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 좋아하기도 했지만.

"휴우, 비 한 번 거하게도 쏟아진다. 얼른 들어가자."

어느새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왔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며 아주머니께 인사했다. 가게 안을 휘휘 둘러보며 빈 자리를
찾는데, 어째 빈 자리가 눈에 띄질 않았다. 비가 와서 그런가.

"오늘따라 사람이 많지? 저기 안쪽에 빈 자리 하나 남았는데, 거기로 갈래?"

주인아주머니의 말에 고개를 돌려보니 과연 구석진 자리에 빈 곳이 하나 보였다.
그나마 다른 데로 옮겨야 되는 게 아니라서 다행이다. 이런 날씨에는 밖에 나가
기 부담스러운데.

"일단 동동주 한 사발에 파전 한 장 시키자. 다른 거 필요한 거 있어?"

내 물음에 대한이가 고민하는 눈치를 보였다.

"동동주 두 사발에 파전 세 장."
"그건 좀 많지 않아? 여기 파전 생각보다 큰 거 알잖아."
"괜찮아. 어차피 저녁도 안 먹었고, 한 장씩 시키면 귀찮잖아."
"그래도 파전은 따뜻할 때 먹어야지. 동동주 두 사발에 파전 하나 시키고, 파전은
이따가 더 시키자."
"귀찮은 걸 좋아하는 녀석같으니. 마음대로 해."

아주머니를 불러서 주문을 했다. 잠시 술을 기다리는 사이 대한이가 말을 걸어왔
다.

"웬일이냐? 이런 날 술이나 먹고. 거기 가봐야 되는 거 아냐?"
"이제 안 가기로 했다. 몇 년이나 얽매여 살 순 없어."
"포기한 거냐. 그래 잘 선택했다. 짜식, 옆에서 보기 얼마나 안쓰러웠는데."
"후...안쓰러웠다라..."

마침 술이 나왔고, 나와 대한이는 번거롭게 서로 잔을 채워줄 사이는 아니기에 알
아서 한 잔씩 따르고 잔을 부딪혔다.

"인생을 포기한 만수를 위해 건배!"

뭔가 마음에 안 드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일단 건배를 하고 봤다. 저녁을 먹지 않
아 비어있는 배에 칼칼한 동동주가 흘러들어오는 느낌이 마음에 든다.

"내가 무슨 인생을 포기했다 그래?"
"수진이가 바로 네 인생이라며?"
"몇 년 전 얘길..."

수진이 이름을 들어보는 게 얼마만인지. 마지막으로 들어본 게 언젠지 기억도 안
난다.

"언제까지 결혼 안 하고 버틸 수는 없잖냐. 수진이는 언제 연락된다는 보장도 없
고...인연이 아니었나보지."
"잘 생각했네. 언제까지 한 사람한테만 매달려 있는 거, 보기 안 좋아."
"쳇, 네가 뭘 안다고."
"너보단 많이 알지."
"어딜, 내가 너보다도 모른다고? 그럼 난 세상에서 제일 무식한 사람이냐?"
"..."
"....."

재미없었나... 젠장, 하긴 언제 내가 개그치는 데 소질이 있던 적 있나.

"재미없는지는 아나 보구나. 넌 그냥 개그치지 말랬지?"
"좀 웃어주면 덧나냐. 젠장할 놈."
"난 정직한 사람이라 도저히 못 웃어주겠다."
"역시 사람 속 긁는 데는 신들렸어. 망할 놈."

마침 파전이 나와서 말하는 건 관두고 괜한 파전이나 이리저리 뒤적거렸다. 아직
조금 심란하다. 그녀는 오늘도 안 왔겠지.

"자식, 수진이 생각하는구나. 하긴, 네놈이 안 그럴 리가 없지."
"아니다 임마."
"아니긴, 얼굴에 써 있어 자식아."
"개뿔이나 써 있겠다. 잔이나 들어. 헛소리하는 놈은 술로 입을 막아버려야지."

잔을 부딪히면서 생각했다. 내가 정말 생각하는 게 얼굴에 다 드러나나? 아니지,
저 놈이 신기하게 너무 잘 아는 것 뿐이겠지.

"크, 술맛 좋다. 역시 비 올 땐 파전에 동동주가 최고지."
"아무렴. 여긴 특히 맛있지."
"그렇지, 넌 딴 데는 맹해도 맛난 술은 잘 찾는단 말야. 신기해."
"내가 뭐가 맹해?"
"글쎄, 수진이 놓친 거? 뭐, 딴 것도 많이 있지만 이거면 충분하지."
"젠장할 놈. 역시 넌 보고 또 봐도 젠장할 놈이다."
"알면서 나랑 어울리는 너도 젠장할 놈이다."
"쳇..."

저 녀석이랑은 말싸움에서 도통 이길 수가 없다.

"그나저나 안 가봐도 돼? 오늘도 얼마 안 남았어."
"가보긴 뭘 가봐? 너 어디 갈 데 있어? 그럼 일어나든지."

말은 이렇게 하면서 은근슬쩍 시계를 본다. 별 특징도 없는 시계가 11시 45분을
가리키고 있다. 그럼 지금은 11시 40분이네. 그러고 보면 그녀가 약속시간좀 지
키라고 5분 빠르게 맞춰놓은 시계를 아직까지 제 시간으로 안 맞춰놓고 쓰고 있
다. 건전지를 갈아도 꼭 5분씩 습관적으로 빠르게 맞춰놓은 시계. 이것도 이제
제 시간에 맞게 맞춰놔야 될까.

"자식, 빼기는. 너 임마 빨리 나가 봐. 안 나가면 후회한다?"
"후회는 무슨. 죽었다 깨나도 후회따윈 안 한다."
"후회한다에 다음 술값 건다."
"그럼 난 후회 안 한다에 다음 술값 건다."
"아싸, 다음에 또 네가 사겠구나."
"뭘 믿고 그렇게 자신감이 넘치냐?"
"글쎄, 나랑 너랑 수진이를 믿고?"
"믿을 게 따로 있지 너를 믿냐."
"훗, 그렇게 말하면 나중에 후회한다니까."
"잔 들어라."

3.
5년만에 처음으로 6월 27일을 친구와 보내서 그런지, 평소엔 잘 안 먹히던 술이
술술 넘어갔다. 얼마나 마셨는지 기억도 안 난다.

"야, 일어나라. 난 간다."

뭐야, 내가 언제 잠들었나.

"다음 역은 충정로, 충정로 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왼쪽입니다. This stop is
Chungjeongro..."

응? 충정로? 그럼 지금 내가 지하철 안에 있는 건가?

"정신 드냐? 빨랑 일어나 임마. 이거 막차야. 너 다음 역에서 제대로 못 내리면
택시비 엄청 깨질걸?"

머리 아프고 졸립다.

"야, 일어나라니까!"

간신히 눈을 떴다.

"일어났냐? 난 내린다. 잘 들어가라."
"어, 이제 좀 정신이 든다. 잘 들어가라."

아직도 살짝 정신이 몽롱하다. 으그그그...
기지개를 켜니 좀 낫다. 이제 내릴 준비 해야지.

"다음 역은 아현, 아현 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입니다. This stop is
Ahyun..."

일어나야 되는데...왠지 일어나지지가 않는다.

"다음 역은 이대, 이대 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왼쪽입니다. This stop is
Ewha womens univ..."

"다음 역은 신촌, 신촌 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입니다. This stop is
Sinchon..."

몸이 자연스럽게 일어나졌다. 자연스럽게 교통카드를 찍고, 항상 지나가던 2번
출구로 나와서...적당히 가서 꺾으면...
결국 와 버렸다. 안 오려고 대한이놈 만나서 술까지 먹었는데. 정신 차리고 있
으면 안 되니까 정말 먹다 죽을 만큼 먹으려고 했는데, 부족했나.
수진이와 자주 와서 앉아있던 벤치에 가 앉았다. 젠장. 젠장, 젠장, 젠장!

"..."

역시 바보같은 짓이다, 이런 짓. 비는 그쳤지만 이미 벤치는 젖을 대로 젖어 있
고, 바지 뒤쪽도 같이 축축해져 있고, 지나가는 사람도 하나 없고...

"..."

괜히 머쓱해서 주변을 둘러본다. 역시, 이런 시간에 누가 있을 리가 없지. 저기
전봇대랑 열렬히 연애하고 있는 사람들은 빼고.

"저기..."

음? 소리가 들린 쪽을 쳐다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아무리 술좀 먹었기로 환청이
들리나. 쳇, 수진이 목소리 같았는데... 이제 환청도 수진이 목소리로 들리나.
후, 피곤하다. 이제 집에 어떻게 가나. 아현까지 가려면, 택시라도 타야 되나.
젠장, 역시 이런 데 오는 게 아니었어...

...

...

...

짹짹, 짹짹.
참새 우는 소리가 들린다. 눈을 뜨니 적당히 하늘이 파란 게, 좀 있으면 해가 뜰
것 같다. 응? 잠깐, 그럼 나 밖에서 잔 건가. 젠장, 역시 이런 데 오는 게 아니었
어. 젠장, 젠장, 젠장!
후, 여튼 이제 술도 적당히 깼고, 집에 들어가야지.

"..."

대체 뭘 기대한 거냐. 수진이가 이런 데 올 리가 없잖아. 짐은, 음, 없어진 거 없
구나. 다행이다. 요새 술 먹고 뻗은 사람 노리는 날치기가 많다던데.
부지런한 사람들, 또는 나처럼 이제 집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거리에 간간히 보인
다. 후...그러고 보니 아직 지하철이 다닐 시간은 아닌가. 버스도 아직이고... 젠
장, 되는 일이 없구만. 걸어갈까...

"어떤 놈이 이런 데까지 뭘 붙여놓고 가는 거야? 귀찮게스리..."

저 쪽에서 뭔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청소하는 할아버지였다. 청소 할아버지가 전
봇대에 붙은 종이를 떼고 있었다. 뭔가 글씨가 써 있는 종이같았다.

"편지를 줄 거면 직접 주든가, 귀찮게 이게 뭐야."

편지? 왠지 호기심이 생겼다.

"저, 할아버지."

할아버지에게 다가가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응? 무슨 일인가?"
"저, 그 종이 좀 볼 수 있을까 해서요."
"이거? 봐서 뭐 하게. 여기 있네. 보고 나서 바닥에 버리진 말게."
"아, 네. 감사합니다."

편지는 물에 젖어서 글씨가 군데군데 번져있었다. 읽기 편하진 않지만 그래도 아예
못 읽을 수준은 아니었다. 편지를 대충 훓어봤지만 누구한테 쓰는 건지, 누가 쓰는
건지는 적혀있지 않았다. 보면 아는 건가. 아니면 누구든 상관없으니 읽어달라는
건가?
그런데 글씨체가 어쩐지 낯익다.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아요? 오늘은 내 생일은 아닌데, 내가 태어난 날이에요. 내
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 칠 년 전 오늘, 날 좋아한다고 말해줬어요. 그래서 내가
태어난 날이에요.
그 사람이랑 나는 예쁘게 사랑했어요. 자랑하는 것 같은데, 다른 사람들이 그렇다
고 말하니까 그런 거겠죠?
그 사람이 언젠가 나한테 그랬어요. 만약에 자기가 먼 곳으로 떠나가는 일이 생겨
도 매년 오늘은 여기로 온다고. 여기서 날 기다려준다고 했어요.
바보같죠, 나. 혹시나 해서 나와봤는데 역시나 그 사람은 안 왔어요. 헤헷...아마
그 사람은 다른 사람 만나서 잘 살고 있겠죠? 여기로 온다는 말같은 거 잊어버렸을
거에요.
그래도 개운하네요. 앞으로 그 사람을 만날 일은 없겠죠.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어
요. 누군진 모르겠지만 읽어줘서 고마워요.'

비는 그쳤는데 편지 글씨가 더 번져간다.

버스 다닐 시간이 됐다. 나는 일어나서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Epilogue
언제였던가, 스치듯 말했지.
만일 우리가 헤어질지라도,
다시 생각나 못 견디게 보고싶을 땐,
나는 해마다 처음 만난 그 날,
그 곳에 가 있겠다고.
허나 끝내 넌 오지 않았지, 여러 해가 지나도.

그 날이 다시 돌아왔지만,
어제는 난 가지 않은 거야.
혼자 돌아올 길인 걸 알기에...

밤새 널 지워보려.
기억 저 편으로 애써 너를 밀어두었다가,
새벽녘에 찾은 그 곳엔
네가 남기고 간 슬픈 글.
아마 영원히 이 글이
그대에게 닿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지난 추억이라도 만나기 위해
다녀간다고...

어쩌면 난 해마다 돌아올
쓸쓸한 이 단 하루를 위해
나머지 날을 사는 건지 몰라.

밤새 널 지워보려.
기억 저 편으로 애써 너를 밀어두었다가,
새벽녘에 찾은 그 곳엔
네가 남기고 간 슬픈 글.
아마 영원히 이 글이
그대에게 닿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지난 추억이라도 만나기 위해

비록 지금쯤 그댄 다 잊은 채로
다른 누굴 위해 살겠지만,
지난 추억이라도 만나기 위해
다녀간다고...
-정재욱, 어떤 작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