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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시'에 해당되는 글 14

  1. 2009.04.21 오백 원짜리 시 4
  2. 2009.04.07 바보
  3. 2009.04.06 산책
  4. 2009.04.06 엄마를 부탁해
  5. 2009.03.12 탐구

오백 원짜리 시

2009. 4. 21. 06:31 | Posted by liberto

본격적으로 쓰기 전에 한 마디,

이 글은 특정 인물, 단체 등과 상관이 없습니다.

이렇게 쓰지 않으면 이름 모를 법에 저촉되어 쇠고랑을 찰지도 모르니

 

지갑을 탈탈 털어 나온 내 마지막 동전

한 쪽에는 학 그림과 오백원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고

반대쪽엔

1994

500

한국은행

이라고 새겨져 있는,

이제는 때가 타 빛나지도 않는 내 마지막 동전

 

순간의 허기를 달래기 위해 동전과 파란 껍데기의 초콜릿가공품을 바꾼다

삼 분 뒤에는 분명히 후회하겠지만

 

엄선된 고급 코팅 아몬드가 18% 함유된 중량 36g짜리 초콜릿가공품에서

아몬드 맛을 느끼지 못한 것은 내 혀가 둔한 탓이니 회사를 탓하진 말아야지

 

약간은 푸석푸석하고 약간은 쫄깃한,

아무래도 아몬드 맛은 느껴지지 않는 과자를 꼭꼭 씹어삼키며

배고픔은 한 조각씩 오는 길에 뱉어두었고

집에 돌아와 의자에 앉아 마지막으로 한 일이 시를 뱉어내는 일

 

오백 원을 온데간데없이 삼켰으니

오백 원만큼 일을 해야지

그러니 이 시의 가격은 오백 원

사갈 사람을 찾습니다

바보

2009. 4. 7. 13:53 | Posted by liberto

그래도 세상은 아름답다고 말한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세상에서 제일 멍청한 놈이었다

 

3년동안 사귀던 여자친구에게 차였을 때

대학에서 입학원서를 받아주지 않았을 때

한 달간 일한 알바비를 떼어먹혔을 때

술에 떡이 된 취객에게 떡이 되도록 맞았을 때

 

그는

밤 10시에 남산 꼭대기에 섰고

서울대와 연세대를 산책했고

인사동의 화랑을 구경했고

솔제니친의 수용소의 하루를 읽었고

 

그래도 세상은 아름답다고 말했다

세상에서 제일 멍청한 나의

가장 친한 친구

 

산책

2009. 4. 6. 14:37 | Posted by liberto

가장 둥근 달을 올려보며

달을 잡으러 길을 나선다

 

무엇인가 풀벌레 소리가

안개처럼 바닥에 깔린 길

전설 한두 개를 머금은 듯

은회색 달빛을 받은 길엔

그림자만 내 뒤를 따른다

 

이슬 머금은 풀을 헤치고

땅에 등을 대고 위를 보면

은하수 양쪽에 직녀 견우

직녀 견우를 내려보는 달

손잡고 하늘을 산책한다

 

달을 향해 힘껏 손을 쥐면

어느새 빠져 나와 유유히

하늘을 산책하고 있는 달

주먹 안에 남은 건 허무와

다음 번엔, 하는 아쉬움 뿐

 

그림자를 앞세우고 걷는

침대를 향한 힘없는 걸음

다시 가장 둥근 달이 되면

전설이 깔린 길을 따라서

달을 잡으러 가야지 하며

엄마를 부탁해

2009. 4. 6. 14:26 | Posted by liberto

그 책은 물잔을 옆에 둬야 하는 책이었소

한 장 한 章을 읽을 때마다 목을 축였다오

때로는 안경을 벗고 심호흡을 해야만 했소

 

그 책은 나의 이야기가 적혀 있는 책이었소

한 장 한 章을 읽을 때마다 가슴이 저렸다오

때로는 고향에 있을 그리운 이름 불러보았소

 

그 책은 음악과 함께 하기엔 좋지 않은 책이었소

한 장 한 章을 읽을 때마다 귀를 닫았다오

때로는 무언가 들린다는 것에 깜짝 놀랐소


그 책은 몇백 쪽의 짧은 책이었소만은

나는 그 책의 마지막 장을 읽지 못했소

그 책은 아직도 씌어지고 있으니

탐구

2009. 3. 12. 02:07 | Posted by liberto

삶은 무지를 쌓아가는 과정
아는 것은 머리 밖으로 밀어내고
눈은 모르는 것에 고정시킨다

세상에서 나만이 모르는 일이 있다는 느낌은
얼마나 짜릿했던가

삶은 무지를 쌓아가는 과정
나는 오늘도 책 바깥을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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