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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시'에 해당되는 글 14

  1. 2009.01.13 산책
  2. 2008.12.17 白骨難忘
  3. 2008.12.14 낚시 1
  4. 2008.09.22 구름 내지는 하늘 1

산책

2009. 1. 13. 21:00 | Posted by liberto
보름달이 떠
달 그림자가 방 안에 들어오는 날,
무언가에 홀린 듯 산책을 나간다.

알 수 없는 풀벌레 소리
자욱히 안개처럼 피어오른 길은
달빛을 받아 은빛 회색으로 빛나고
하늘에는 조각구름이 달빛을 반사한다.

물가로 내려가면
차분히 흐르는 물 소리와
풀벌레 소리가 어우러져 음악이 된다.

풀밭에 누워 위를 쳐다보면
하늘을 가로지른 은하수를 사이에 둔
견우성과 직녀성이 보이고
이유 없는 눈물이 한 방울, 툭, 떨어진다.

누가 볼새라 얼른 눈가를 부비고
눈물 한 방울만 강물에 띄워둔 채
돌아오는 길에는 달 그림자만 뒤를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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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싸이에 있는 것을 퍼온 것.
2004년 9월 2일자로 올라와 있다.
내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글을 썼을까ㅡㅡ? 고3때였는데...

白骨難忘

2008. 12. 17. 05:05 | Posted by liberto

하이얀 白骨이 누워있오.
저것은 나의 아들이오.

아니, 저것은 나의 아들이 아니오.
당신의 기억 속에서 까맣게
썩어문드러진 한 줌의 뼛조각이오.

밤하늘에 아들의 비명이 울려퍼지오.
당신은 듣지 못했나 보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이오.
촉촉히 젖은 별이 촘촘히 박혀있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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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骨難忘(백골난망) :
백골이 되어서도 잊을 수 없는 일을 말함.

낚시

2008. 12. 14. 01:28 | Posted by liberto

밤하늘에 별빛이 박혀 있다.

소년은 오늘도 빗자루를 들고
발 아래 자욱한 귀뚜라미 소리를 쓸어낸다.
귀뚜라미가 별빛을 가려
별빛의 수만큼 물방울이 떨어진다.

소녀가 우산을 들고 걸어온다.
소녀는 오지 않고 우산만 걸어온다.
소년은 우산을 접고 집에 들어갔다.

구름 내지는 하늘

2008. 9. 22. 21:23 | Posted by liberto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낮이라면
해를 가려줄 게 없어서 덥다.
밤이라면
별을 가리는 게 없어서 좋다.

구름 몇 점 있는 하늘.
낮이라면
구름 모양이 참 예뻐서 좋다.
밤이라면
별을 그다지 안 가려서 좋다.

구름 많이 있는 하늘.
낮이라면
비를 불러올 것 같아서 좋다.
밤이라면
별을 모조리 다 가려서 싫다.

하얀, 둥근, 예쁜 구름.
보기 좋다.

까만, 퍼진, 머억 구름.
보기 좋다.

여름 하늘 올려 보기.
이제 끝남.

가을 하늘 올려 보기.
이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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