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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관찰력에 대한 고찰

2009. 2. 11. 06:12 | Posted by liberto
매우 신기한 일이지만 우리 편의점에선 담배를 팔지 않는다.
(일정 구역 내에서 담배를 팔 수 있는 가게는 하나로 제한되던가 뭔가 하는 법률이 있다는데...
여하튼 안 파니까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있다.
참고로, 길 건너 바로 옆집에서 담배를 팔고 있다.)

지금껏 담배 안 파는 편의점은 본 적이 없기에 나도 굉장히 신기해하고 있다.
(참고로 나는 비흡연자이고, 담배는 혐오한다.)

여하튼, 흡연자가 많긴 많은가 보다.
하루 8시간을 근무하는데 매일 평균 12명 정도는 담배를 찾는다.
참고로, 평균 손님 수는 80명 안팎이다.

그런데 여기서 나는 인간의 관찰력에 매우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편의점 문짝에 당당하게 '담배없음'이라는 표지를 두 개나,
그것도 친절하게 보통 사람들 눈 높이(170cm가량)에 맞춰 붙여놨는데
하루에 열 명이 넘는 사람이 그걸 못 보고 들어와서 담배를 찾는단 말이다.

여기서 매우 사람을 열받게 하는 인간 군상을 한 부류 발견할 수 있는데,
뻔연히 담배 없다는 표지를 보고 들어와서
(들어올 때 시선이 그 쪽을 두어 번 훓는 걸 내가 봤는데!
혹은, 들어오면서 '어 여긴 담배 안 파네' 하고 들어오면서!)
'담배 진짜 안 팔아요?'라고 물어보는 부류다.
그럼, 있는 걸 없다고 써 놨을까?
(이런 부류는 대체로 문만 살짝 열고 고개만 살짝 들이밀고 물어본다.
없는 거 뻔연히 알면서 그러지 말라고 좀!)
꼴에 손님이고 난 힘없는 점원이라 그냥 적당히 웃으면서 없다고 알려주는데,
속으로는 열불이 난다.

얘기가 딴 쪽으로 잠깐 새나갔는데...

문 밖에서 담배 없음 표지를 보고 돌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는 내 알 길이 없으나
많~이 잡아서 손님의 두 배(160명 정도) 가량이 문을 열려고 시도한다고 봤을 때
담배를 찾는 손님은 80명 정도, 그 중에 들어와서 물어보는 사람이 10명이 좀 넘는다.
적게 잡으면 12.5% 정도의 사람들, 대략 오가는 사람들을 보며 감으로 추산하자면
50% 정도의 사람들은 문에 뭐가 붙어있든 말든 신경쓰지 않고 일단 들어온단 뜻이다.

지상으로부터 170cm에 무언가가 있으면 장님이나 키가 비정상적인 사람이 아닌 이상
눈에 들어오긴 들어올텐데,
내가 본 손님 중에 그걸 못 발견할 정도로 비정상적인 사람은 없었는데...

눈에 들어온다고 다 보는 게 아닌가 보다.
개인적으로 문자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눈높이에 뭔가 글씨가 있는데 이걸 무시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이 개탄스럽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런 사람들 때문에 내가 귀찮다는 사실이 개탄스럽다.)

위에서 말한 부류, 읽고도 무시하는 짜증나는 부류에 대해서는 더 이상 할 말도 없다.
자고로 문자는 의미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고, 우리 나라의 문맹률과 손님들의 나이대,
신촌이라는 지리적 특이성(손님들 대부분은 학생 아니면 회사원이다.)을 고려하면
의미를 못 알아들을 사람들도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어찌 문자를 그렇게 완벽하게 무시할 수 있는가.
(일부의 경우, '그럼 어디서 담배 파나요?'라고 묻는 경우는 제외다. 물어보러 들어올 수도 있지.)

좀 두서없는 글이 됐는데, 앞으로 관찰력을 좀 더 기르는 연습을 하자는 게 이 글의 요지다.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을 관찰하고 추구하는 거야 예술가나 철학자가 할 일이고...
일상 생활을 하는 평범한 인간으로서 글씨가 써 있으면 읽어봐 주는 게 최소한의 예의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