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도색은 부품을 전부 떼어내 게이트를 다듬고 나서 하게 된다.
런너도색은 일단 도색을 하고 나서 게이트를 다듬을 수밖에 없으니 필연적으로 게이트 자국이 남게 된다.
부품을 다듬어준 후 추가로 작업을 해주지 않는다면 도색의 신이 와도 게이트 자국을 완전히 없애는 건 불가능할 거다.
또한 런너에서 떼어내지 않은 부품들을 자세히 보면 알겠지만, 게이트들이 부품을 가려서 도색하기 힘든 부분들이 꽤나 있다. 런너째로 도색할 때는 굉장히 꼼꼼하게 하지 않으면 미처 도색하지 못한 부분들이 곳곳에 보이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런너도색을 하는 건 나름의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런너째로 도색하면 부품을 다듬는데 들어가는 시간이 줄어든다. 도색된 부품에 사포질을 하면 도색이 까지게 되니 게이트 다듬을 때 니퍼-아트나이프 정도만 사용하게 된다. 또, 다듬은 부품을 악어집게에 물리는 시간도 줄일 수 있다.
도색을 하다 보면 알겠지만 은근히 악어집게에 부품을 물리고 그걸 건조대에 꽂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일부 부품은 악어집게를 물릴 만한 곳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 아무데나 물려서 도색하고, 마르면 집게로 다른 곳을 물고 이전에 집게때문에 도색되지 않은 부분을 추가로 도색하게 된다.
프라탑은 쌓이고, 신상품은 나오고, 작업할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런너도색은 프라탑을 빨리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일부 키트는 좌우 구별이 힘들거나 크기가 애매하게 차이나는 부품을 다수 사용할 때가 있는데, 이때도 런너도색이 도움이 된다. 일반적으로 도색하면 이런 부품들을 구별할 방법을 따로 마련해야 하는데, 런너도색하면 필요한 부품을 그때그때 런너에서 떼어내서 사용하면 되니 부품 구별이 편하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런너도색하기 좋은 키트는 덩치가 큰 키트이다. 덩치가 크면 비교적 멀리서 감상하게 되니, 상대적으로 작은 게이트 자국이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조이드 키트들은 은근히 덩치가 되는 편이라 런너도색하기 좋은 키트들이다.
언더게이트가 적용된 키트들도 런너도색하기 좋다. 언더게이트는 외부로 게이트 자국이 드러나지 않으니 런너도색을 해도 일반 도색이랑 크게 차이나지 않는 퀄리티를 확보할 수 있다.
프레임과 외장이 따로 있는 키트들은 프레임쪽은 런너도색해도 괜찮은 편이다. 프레임은 일부 부분을 제외하면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프레임의 게이트자국은 보통 외장이 가려주게 된다.
런너도색을 추천하지 않는 경우는 프라의 색을 완전히 바꾸는 경우이다.
언더게이트가 아닌 코팅킷 작례를 보면 프라 색과 완전히 다른 도료를 올릴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쉽게 알 수 있다.
게이트자국이 눈에 잘 띄는 걸로 유명한 MG 톨기스3 스페셜코팅 작례 사진들을 찾아보면, 색을 완전히 바꾸는 도색을 할 때는 런너도색을 절대 하고 싶지 않게 될 것이다.
런너도색만으로 작업한 코토부키야 조이드 HMM 라이거 제로 X 사진 한 장 투척하고 마무리.
키트를 잘 고르면 런너도색으로도 그럴듯한 결과물이 나오는 걸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