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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4.17 가끔씩은 바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2
  2. 2007.04.17 행복 - 1 2
  3. 2007.04.12 Prologue 2

공부하기가 힘들어서 휴학을 했더니 하루하루가 너무 허무하게 지나가네요.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던 때가 그리워지네요.
아마 복학하면 또 지금을 그리워하겠지만요.

슬슬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시간입니다.
눈을 뜨면 하루 정도 바쁘게 살아보려 합니다.
공부도 하고, 사람들도 만나고...
그리고 되도록 꾸준히 바쁘게 살려고 노력해야겠습니다.
이것저것 준비하려고 휴학했는데,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면서 보낼 수는 없죠.

내일은 바쁜 하루가 되길 기원하며. 저는 잠자리에 듭니다.

행복 - 1

2007. 4. 17. 02:25 | Posted by liberto


"선생님,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새하얀 병실 안, 죽은 듯이 누워 있는 정(情)을 옆에 두고 의사는 고개를 저었다.
"힘듭니다. 이 병은 저도 말로만 들었지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군요. 아직까진
이 병을 치료할 수 없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입니다. 단지, 단 한 번 이 병에 걸렸
던 환자가 살아난 경우가 있기는 합니다만..."
"어떤 방법이죠? 정이가 살아나기만 한다면 뭐든지 할 수 있습니다."
의사가 안경을 치켜올렸다.


"저, 담배 한 갑만 주세요."
편의점에 들어간 진(眞)이 카운터에서 쭈뼜댔다.
"죄송하지만 손님, 주민등록증 좀 보여주시겠습니까?"
"아, 여기요."
"예, 확인했습니다. 어떤 담배를 드릴까요?"
"아무 거나 주세요. 저기, 저 거요."
"예, 이천 오백 원입니다."
"여기요."
"오천 원 받았습니다. 여기 거스름돈 이천 오백 원입니다."


"콜록, 콜록. 으..."
진은 불붙인 지 30초도 안 되는 담배를 비벼 껐다. 진의 눈길은 정이 입원해 있
는 병실을 향해 있었다.


"선생님. 정이, 저 상태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요?"
"글쎄, 아마 한 달 이상은 힘들 겁니다. 수술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고요."
진이 의사의 팔을 잡았다.
"선생님, 수술하면 정이 확실히 나을 수 있는 겁니까?"
"미안하지만, 장담할 순 없습니다. 세계적으로도 단 한 번 수술이 있었고, 그 수
술은 성공했다는 말씀은 드릴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감사합니다. 조만간에 또 찾아뵙겠습니다."
"젊은이, 환자를 저 상태로 오래 둬봤자 환자만 고생할 뿐입니다. 수술을 할 수
없다면 차라리 환자를 편히 보내 주는 게 환자를 위한 길일 수 있어요."
진의 눈에 독기가 스쳐갔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정이는. 꼭. 수술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달칵, 열린 문 안쪽에는 정이가 누워 있었고 옆에는 승(承)이가 앉아 있었다.
"어, 진이 왔네! 정이는 기다리다 지쳐 잠들었어."
승이가 손을 들어 환영했다.
"그래? 아쉽네. 바빠서 잘 찾아오지도 못 하는데...그래도 네가 옆에 있어 줘서
다행이다."
"에이, 다행은 무슨. 정이는 맨날 너만 기다리는데, 나는 옆에 있어봤자 도움도
안 돼."
"그랬어? 정이도 너무하네. 멀리 있는 사람보단 곁에 있는 사람이 소중한 법인데."
"그렇게 말해주면 고맙지. 그런데, 의사가 뭐라고 했어?"
순간, 진의 눈가에 그늘이 스쳐지나갔다. 승이는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별로 대단한 병은 아니래. 뭐래더라... 병 이름은 너무 어려워서 잊어버렸는데,
그냥 수술 하면 낫는 병이래. 근데, 급한 환자가 너무 많아서 일정 잡기가 어렵나
보더라. 정이 병은 느긋하게 수술해도 되니까 이해해달라고 하시던데."
"에? 그래도 먼저 입원한 사람이 우선 아냐? 의사도 참 너무하네."
"최대한 빨리 수술하지 않으면 죽는 사람이 있다는데 우리 생각만 할 순 없잖아.
조금만 기다리면 선생님도 수술 일정 잡아 주시겠지."
"넌 너무 착해서 탈이야. 좀 인간이 독한 면도 있어야지."
진이 머리를 긁적였다.
"성격인걸 뭐..."
"에휴... 내가 무슨 말을 더 하겠냐. 하긴, 정이는 네 그런 모습에 반했지."
그 때, 진의 주머니에서 김종국의 한 남자가 흘러나왔다.
"네, 진입니다.     지금 병원에 있습니다.     네. 곧 가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진에게 승이 말을 걸었다.
"가 봐야 돼? 정이 일어나면 얘기라도 좀 하고 가지."
"교수님 호출이야. 알잖아, 우리 교수님 성질 급한 거. 지금 안 가면 잘릴지도 몰라."
"알았어. 잘 가. 이따 정이 일어나면 너 왔다갔다고 얘기해 줄게."
"그래, 부탁해. 다음에 또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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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입니다. 대략 3편 정도로 완결될 것 같습니다.

Prologue

2007. 4. 12. 02:34 | Posted by liberto

  슬슬 지평선과 맞닿으려 하는 태양을 등지고 한 남자가 슈테른 시의 서쪽 문으로 들어섰다.
태양의 고도가 최고조에 달하는 계절이라 그 남자가 입고 있는 옷은 상당히 가벼워 보였다. 칼
을 대도 잘 찢어지지 않을 것 같아 보이는 바지와 등에 맨 배낭으로 유추해 보건대 그 남자는
여행자일 것이다. 슈테른 시는 관광도시로 유명하다는 사실이 이 추측을 뒷받침해준다. 한 가
지 특이한 점은 남자가 오른쪽 어깨에 만돌린을 메고 있다는 것이었다.

  유명한 관광도시답게 해가 지려는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거리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니
고 있었다. 남자는 인파를 헤치며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주변에 볼 거리가 많은데도 한눈팔
지 않고 걸어가는 품이 슈테른 시를 많이 다녀본 것 같다.

  남자가 발걸음을 멈춘 곳은 슈테른 시 서쪽 문에서 그리 멀지 않은 한 여관 앞이었다. 2층으
로 된 여관 입구에는 조악한 글씨로 '꽃처럼 내리는 눈'이라고 적혀있었다. 남자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안에서 '어서오세요'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